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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책

클라우드 쿠쿠 랜드 / 앤서니 도어

by 0l목 2024. 12. 12.

 

 
클라우드 쿠쿠 랜드(Cloud Cuckoo Land)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으로 2015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앤서니 도어의 최신작 『클라우드 쿠쿠 랜드』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실존했던 고대 그리스의 작가 안토니우스 디오게네스가 쓴 가상의 작품 「클라우드 쿠쿠 랜드」를 중심으로 700여 년의 시간을 오가며 다섯 인물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클라우드 쿠쿠 랜드』는 퓰리처상 수상 이후 작가가 7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으로, 출간 후 독자와 언론으로부터 한결같은 지지를 받았고 그해 말 《타임》, 《뉴욕 타임스
저자
엔서니 도어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23.06.12

 

 

★★★★☆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는 너무도 허황하고 너무도 터무니없어서

여러분은 단 한 마디도 믿을 수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이 이야기는......"

그녀는 아이의 코끝을 톡톡 친다.

"진실입니다."

 

 

   초반부에 흩어진 이야기 조각을 혼란스럽게 따라가다 보면 어느순간 조각들이 단단히 기워지기 시작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인간 개인은 자칫 시대에 압도되어 사라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인간들은 온 시간에 걸쳐 시대를 압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 순간 함께 깨달을 수 있다. 그때부턴 책을 읽는 내내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에 더해, 작품 자체가 책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헌사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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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스포

 

 

 

   와, 지금 대충 60%정도 읽었는데 너무 재밌다.

 

+)

     이 시국에 하나 위로가 되는 게 있다면 이 책을 정말 재밌게 읽고 있다는 사실이다. 각자 전개되는 조각난 이야기들이 알고 보니 퍼즐조각이었음을 알아차리고난 뒤부턴 더더욱 술술 읽는 중이다. 시대에 의해 파괴되어 가는 삶을 끌어안고 살아가야 하는 인간들은 어떻게 이상향을 꿈꾸는가.

 

- "처음 보는 이여. 그대가 누구건, 이 궤를 열고 놀라운 세상을 만나 깨달음을 얻을지어다."

 

- 하룻밤 만에 길거리가 의미로 빛을 발한다. 안나는 동전, 주춧돌, 묘비 들에 새겨진 글을, 납 인장, 부축벽, 방벽에 박힌 대리석 명판의 글을 읽는다. 도시의 구불구불한 길들은 저마다 다르게 이뤄진 거대하고 낡은 원고다.

 

- 이야기를 읽는 건 작은 낙원을 짓는 것과 같으니, 이 쪽방 안에서 황동색으로, 과실과 포도주와 함께 빛난다.

 

- 아테나 신은 외톨이 뱃사람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세상 모든 일은 용감히 맞서는 게 더 낫다고 말한다.

 

- 버니는 대출 없이 확장혁 이동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만 포포가 대지에 대한 대출을 다 갚지 못했기 때문에 매달 558달러가 나간다. 거기에 V-1 프로판가스+아이다호 전력+레이크포트 공과금+쓰레기+매트리스 대여 비용으로 블루 리버 뱅크에서 나가는 돈+폰티액 보험금+플립 핸드폰+자동차를 진입로에서 빼게 해 주는 제설 장치+비자 카드 미납금 2652 달러 31센트+건강보험 ― 하하, 농담이다, 그녀가 죽었다 깨어나도 건강 보험료는 내지 못할 것이다. ― 이 있다.

 

- 내려다보지 마. 소들에게 네가 모든 걸 다 해 줄 수 있다는 걸 보여줘. 네가 침착하면 소들도 그럴 거야.

 

- 벌레는 빗물에 휩쓸려 이제껏 살던 땅굴에서 포장도로 위로 밀려날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떻게 예상할 수 있었겠는가? 제 몸으로 뚫고 나갈 수 없는 이 이상하고 낯선 지면에 있게 될 것을.

 

- "돈은 전부가 아니야. 유일한 거지."

 

- 9. 세계의 끝, 얼어붙은 땅에서 / 아이다호주 레이크포트 2014년 / 시모어

 

- 그는 사람들이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지만 진실을 원하는 건 아님을 안다. 그들이 듣고 싶은 건 인내와 용기, 악을 극복하는 선, 어두운 곳에 빛을 가져다주는 영웅의 귀향담이다.

 

- 과거, 현재, 미래가 걸어서 어느 술집에 들어갔다. *긴장이 감돌았다. (*'긴장'을 뜻하는 영어 단어 tense에는 '시제'라는 뜻도 있다.)

 

- 달빛. 밧줄 같은 꼬리, 털이 텁수룩한 발굽. 신의 손길로 예쁜이의 자궁 속에서 형제와 함께 빚어지고, 살아서 세 번의 겨울을 나고, 고향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죽는 것에 무슨 섭리가 있을까? 나무는 갈대밭에 드러누워 주변 공기를 더럽히는데, 오메이르는 동물이 이해하는 것은 무엇일까, 달빛의 저 아름다운 두 뿔은 어떻게 될까 생각하다 숨을 쉴 때마다 심장에 계속 금이 가는 것을 느낀다.

 

- "(...)지노, 이제까지 알려진 적 없는 문학 작품에서 단 한 문장이라도, 아니 단어 두어 개라도 찾아낸다면, 소멸 속에서 한 개의 구절이라도 구해 낸다면 내겐 그 이상 짜릿한 게 없을 거야. 땅에서 철사 한 가닥을 파 냈는데 그게 천팔백 년 전에 죽은 사람에게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하는 것과 같아. 그때 느끼는 게 노스토스인 거지, 기억하지?"

 

- "지레 체념하지 마." 그가 말한다. "때로 이제 사라지고 없어졌다고 생각한 것이, 다만 감춰져 있을 뿐 다시 발견되기를 기다리기도 하니까."

 

- 과부 테오도라도 말했었지. 한 아이 안에는 천사가, 다른 아이 안에는 늑대가 있어.

 

- 한 개의 단어를 고르면 수천 갈래로 얽힌 미로에서 딱 한 길만 가는 우를 범하게 된다.

 

- 언젠가 렉스는 그에게 말했다. 인간이 하는 미친 짓거리 가운데 죽은 언어를 번역하는 것만큼 겸손한, 아니, 숭고한 건 없을 거라고. 고대 그리스인들이 말할 때 그것이 실제로 어떤 소리였을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아무리 해 봐야 그들이 쓴 단어를 지금 우리가 쓰는 단어에 결부할 수 있을 뿐이다.그래서 시작부터 실패가 자명한 작업이다. 하지만 무작정 도전하는 것, 역사의 어둠으로부터 강 건너편에 있는 무언가를 끌어내 우리의 시대로, 우리의 언어로 옮기려고 시도하는 것, 바로 그것이 가장 아름다운 헛고생이라고 그는 말했다.

 

- 십 섀거, 프루트 펀치, 팬시, 제로. 어릴 적에 주입된 정체성을 뛰어넘기란 왜 이리 힘든 일일까?

 

- 18. 그 모든 과정이 과연 장대하였으나, 어쩐 일인지...... / 아르고스호 미션 여행 65년 볼트원 내부 생활 325일째 / 콘스턴스

 

- 19. 아이톤은 '불타오른다'라는 뜻이다 / 아이다호주 레이크포트 2019년 8월~2020년 2월 / 지노

 

- 지노는 책상 위에 쌓인 종이들 위로 몸을 수그린다. "내가 너희에게 아이톤이 무슨 뜻인지 말해 준 적이 있니?" 아이들이 고개를 흔든다. 그는 종이 한 면을 다 채울 정도로 크게 αïθων이라고 쓴다. "확 타오르다." 그가 말한다. "열렬하다, 격하기 쉽다. 배고프다는 뜻도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어." 올리비아가 자리에 앉는다. 앨릭스는 도넛을 한 개 더 입에 넣는다. "그래서였나 보네." 내털리가 말한다. "그래서 절대 포기를 안 하는 거야. 그래서 한자리에 눌러앉지 못하는 거야. 마음속이 늘 불타고 있으니까."

 

- 여든여섯 살까지 살아서 이런 기분을 맛보다니.

 

- 그녀는 손전등을 떨어뜨리고, 그는 주워 다시 건네면서 어머니와 아들 사이에서 말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진실은 무엇이고 묻히고 마는 진실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 그는 생각한다. 지금까지 만난 멋진 친구들은, 모두 나와 같은 언어로 말하지 않았어.

 

- 지노는 그저 몸을 수그려 그의 이마에 손을 대고, 이내 그를 넘어 비소설과 소설 사이 통로로 걸어 들어간다.

 

- 22. 지금 가진 것이 애타게 찾는 것보다 더 나은 법이다

 

- A는 알파이고 άλφα이다. B는 베타이고 βήτα다. Ω는 오메가이며 ω μέγα이다. (...) 천천히, 두 번째 삶의 언어로 한 번에 한 단어씩 해석하면서 그녀는 읽기 시작한다.

 

- 세상 사람들이 맹추, 머저리라 불렀던 사람...... 그래요, 나는 못난이, 천치, 얼뜨기 아이톤이지만...... 언젠가 지구가 끝나는 곳에 다다랐으며, 그 너머......

 

- 시간. 세상에서 가장 광포한 전쟁 기계. (...)인생이 막바지로 향하면서 이런 기억들은 그녀가 사랑했던 기억들과 뒤섞여 하나가 된다. 고향이 그리운 나머지 폭풍우 속에서 뗏목을 버리고 파이아케스인들의 섬으로 가기 위해 바닷물에 몸을 맡기는 오디세우스, 바늘처럼 찔러 대는 쐐기풀에 보드라운 입술을 묻고 있는 당나귀 아이톤, 모든 시간과 모든 이야기는 결국 하나가 되며 같아진다.

 

- 잊힌다는 것은 세계가 스스로 치유하는 것임을 그는 알게 된다.

 

- "이런," 사서 한 명이 말한다. "온기라곤 없어 보이네." "어디 계시니?" 다른 사서 한명이 말한다. "네 어머니 말이야." 그는 눈속을 달리고, 다섯 번째 전화벨이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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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