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하면 토지라는 작품을 바로 언급할 수 있는 천상 한국인이건만 정작 그의 작품은 읽어본 적이 없다. 우리 세대라면 만화로 된 토지나마 접해볼 수 있었을 법한데 그조차 시도하지 않았다. 해서 여차저차 부끄러운 핑계는 일단 접고 작가의 미공개 된 작품까지 한데 모아 출간했다는 유고 시집부터 읽어보기로 했다.
내가 속한 세대로서는 겪어보지 못한 시절의 이야기는 꼭 다른 세상의 일처럼 읽히기도 한다. 시를 잘 읽을 줄 모르는 미숙함까지 더해져, 전반적으로 이야기꾼이 풀어주는 아주 먼 옛날이야기를 듣는 마냥 읽었다.
임팩트라면야 '히말라야의 노새'만한 것이 없다. 이건 힙합이다. '어머니의 사는 법'은 그에 비해 자근자근 읽힌다. 각 행마다 마음에 남아 마른 모래 위로 발자국이 새겨지는 기분이었다. 기댈 수는 없어도 디딜 수는 있는 어머니와 그에게 배운 대로 내 벌판을 찾아 일군 딸. 그런 모녀의 그림이 그려지는 시였다.
시는 아직 내게 어렵다. 그래도 시집은 그중 마음에 드는 시를 하나만 발견해도 성공이라던 말을 어디서 들은 적이 있다. 그런 면에서는 성공적인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