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한강
- 출판
- 문학동네
- 출판일
- 2021.09.09
★★★★
"하지만 네 손이 잡히지 않는다면, 넌 지금 너의 병상에서 눈을 뜬 거야."
👇후기
이하 스포
가장 최근작부터 읽어보길 권한다는 작가의 추천에 따라 읽게 되었다. 이미 작가의 글을 읽어본 사람들은 다른 책을 우선 읽기를 권하였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책 읽는 버릇을 들인 지 오래되지 않은 나 같은 사람이 읽기엔 사건의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고 시점은 수차례 바뀌며 사실적인 기술보다는 추상적인 묘사가 많다고 여겨진 탓에, 책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여러 번 복잡해진 머릿속에 제동을 걸고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심지어 이런다고 온전히 이해할 수조차 없다). 물론 이와 같은 감상은 작가가 아닌 독자인 나의 역량 부족이 원인이다. 때문에 아쉬웠다. 왜 진작 여러 책을 읽지 않았을까, 왜 이런 좋은 책을 만나기 전에 나는 충분히 훈련을 해두지 않았을까. 그러나 고작 그런 아쉬움에 마음 한 켠 자리를 내어주자니, 완독 후 느껴진 만족감을 위한 자리조차 부족하다 싶었다. 때문에 미련은 금방 접혔다. 이야기를 마음 내 켜켜이 쌓아낼 수 있었던 이유는 그 탓이다.
이런 대목이 있다. "자료가 쌓여가며 윤곽이 선명해지던 어느 시점부터 스스로가 변형되는 걸 느꼈어. 인간이 인간에게 어떤 일을 저지른다 해도 더이상 놀라지 않을 것 같은 상태...... 심장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가 이미 떨어져 나갔으며, 움푹 파인 그 자리를 적시고 나온 피는 더이상 붉지도, 힘차게 뿜어지지도 않으며, 너덜너덜한 절단면에서는 오직 단념만이 멈춰줄 통증이 깜빡이는..." 마치 요즘 고민하던 나의 상태가 그대로 묘사된 것 같아 가슴에 박혀왔다. 믿을 수 없게 예민하고 분노에 가득차있던 예전의 나를 떠올릴 수 없을 만큼 요즘엔 제법 마음의 안정과 때론 그를 넘어선 평안함을 느낀다. 동시에 내면 속의 잔잔한 그 호수 위에서 가끔 느끼고 있다. 더이상 끓을 줄 모르는 스스로를 향한 부끄러움을.
👇 읽던 중
이하 스포
- 이렇게 눈이 내리면 생각나. 그 학교 운동장을 저녁까지 헤매 다녔다는 여자애가.
-속솜허라. 동굴에서 아버지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이에요. 양치잎 같은 그림자가 벽 위를 미끄러지며 소리 없이 솟아올랐다. 숨을 죽이라는 뜻이에요. 움직이지 말라는 겁니다. 아무 소리도 내지 말라는 거예요.
+)
아직 책 읽으면서 울어본 적은 없었는데 아 한 번씩 눈물 핑 돌아서 잠시 허공 보고 다시 읽고 하는 중.
+)
- 꿈이란 건 무서운 거야. 소리를 낮춰 나는 말한다. 아니, 수치스러운 거야. 자신도 모르게 모든 것을 폭로하니까.
- 나는 스크랩 뭉치를 내려놓는다. 더이상 뼈들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들을 모은 사람의 지문과 내 지문이 겹쳐지기를 더이상 원하지 않는다.
- 세상에서 가장 나약한 사람이 엄마라고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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