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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책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by 0l목 2024. 11. 9.

 

 
작별하지 않는다
2016년 『채식주의자』로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수상하고 2018년 『흰』으로 같은 상 최종 후보에 오른 한강 작가의 5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가 출간되었다. 2019년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전반부를 연재하면서부터 큰 관심을 모았고, 그뒤 일 년여에 걸쳐 후반부를 집필하고 또 전체를 공들여 다듬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다. 본래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2015년 황순원문학상 수상작), 「작별」(2018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을 잇는 ‘눈’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구상되었으나 그 자체 완결된 작품의 형태로 엮이게 된바, 한강 작가의 문학적 궤적에서 『작별하지 않는다』가 지니는 각별한 의미를 짚어볼 수 있다. 이로써 『소년이 온다』(2014), 『흰』(2016), ‘눈’ 연작(2015, 2017) 등 근작들을 통해 어둠 속에서도 한줄기 빛을 향해 나아가는 인간의 고투와 존엄을 그려온 한강 문학이 다다른 눈부신 현재를 또렷한 모습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오래지 않은 비극적 역사의 기억으로부터 길어올린, 그럼에도 인간을 끝내 인간이게 하는 간절하고 지극한 사랑의 이야기가 눈이 시리도록 선연한 이미지와 유려하고 시적인 문장에 실려 압도적인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저자
한강
출판
문학동네
출판일
2021.09.09

 

 

 

★★★★

 

"하지만 네 손이 잡히지 않는다면, 넌 지금 너의 병상에서 눈을 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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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스포

 

 

   가장 최근작부터 읽어보길 권한다는 작가의 추천에 따라 읽게 되었다. 이미 작가의 글을 읽어본 사람들은 다른 책을 우선 읽기를 권하였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책 읽는 버릇을 들인 지 오래되지 않은 나 같은 사람이 읽기엔 사건의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고 시점은 수차례 바뀌며 사실적인 기술보다는 추상적인 묘사가 많다고 여겨진 탓에, 책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여러 번 복잡해진 머릿속에 제동을 걸고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심지어 이런다고 온전히 이해할 수조차 없다). 물론 이와 같은 감상은 작가가 아닌 독자인 나의 역량 부족이 원인이다. 때문에 아쉬웠다. 왜 진작 여러 책을 읽지 않았을까, 왜 이런 좋은 책을 만나기 전에 나는 충분히 훈련을 해두지 않았을까. 그러나 고작 그런 아쉬움에 마음 한 켠 자리를 내어주자니, 완독 후 느껴진 만족감을 위한 자리조차 부족하다 싶었다. 때문에 미련은 금방 접혔다. 이야기를 마음 내 켜켜이 쌓아낼 수 있었던 이유는 그 탓이다.

 

   이런 대목이 있다. "자료가 쌓여가며 윤곽이 선명해지던 어느 시점부터 스스로가 변형되는 걸 느꼈어. 인간이 인간에게 어떤 일을 저지른다 해도 더이상 놀라지 않을 것 같은 상태...... 심장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가 이미 떨어져 나갔으며, 움푹 파인 그 자리를 적시고 나온 피는 더이상 붉지도, 힘차게 뿜어지지도 않으며, 너덜너덜한 절단면에서는 오직 단념만이 멈춰줄 통증이 깜빡이는..." 마치 요즘 고민하던 나의 상태가 그대로 묘사된 것 같아 가슴에 박혀왔다. 믿을 수 없게 예민하고 분노에 가득차있던 예전의 나를 떠올릴 수 없을 만큼 요즘엔 제법 마음의 안정과 때론 그를 넘어선 평안함을 느낀다. 동시에 내면 속의 잔잔한 그 호수 위에서 가끔 느끼고 있다. 더이상 끓을 줄 모르는 스스로를 향한 부끄러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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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스포

 

 

- 이렇게 눈이 내리면 생각나. 그 학교 운동장을 저녁까지 헤매 다녔다는 여자애가.

 

-속솜허라. 동굴에서 아버지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이에요. 양치잎 같은 그림자가 벽 위를 미끄러지며 소리 없이 솟아올랐다. 숨을 죽이라는 뜻이에요. 움직이지 말라는 겁니다. 아무 소리도 내지 말라는 거예요.

 

 

+)

   아직 책 읽으면서 울어본 적은 없었는데 아 한 번씩 눈물 핑 돌아서 잠시 허공 보고 다시 읽고 하는 중.

 

 

+)

   - 꿈이란 건 무서운 거야. 소리를 낮춰 나는 말한다. 아니, 수치스러운 거야. 자신도 모르게 모든 것을 폭로하니까.

 

- 나는 스크랩 뭉치를 내려놓는다. 더이상 뼈들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들을 모은 사람의 지문과 내 지문이 겹쳐지기를 더이상 원하지 않는다.

 

- 세상에서 가장 나약한 사람이 엄마라고 생각했어.

 

 

 

대표 이미지 첨부용

 

출처 : 작별하지 않는다 ❘ 한강 -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