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외젠 이오네스코
- 출판
- 민음사
- 출판일
- 2023.08.15
★★★
"저들 중 뿔이 하나인 놈은 몇 마리야? 그리고 둘인 놈은?"
👇 후기
이하 스포
소설이 아니라 극본? 의 형식을 갖춘 글이었다! 실제로 연극으로 올리기도 했다고 한다. 이 부분은 미처 몰랐다.
작가가 젊은 시절 유럽 일대를 물들인 나치주의와 파시즘의 광기를 목격한 경험이 있다고 하니 이해가 더 잘된다. 논리적으로 옳기 때문에, 정서적인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것이 거절할 수 없는 진실이라고 믿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맞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많은 이유로 개인이 어떻게 폭력적 이데올로기에 가담하는지를 코뿔소로 변하는 사람들에 비유한다. 특히나 나치즘을 위시하는 폭력적인 이데올로기가 다시 떠오르는 시대 아닌가.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해묵은 주제라고 여겼을 것이 다르게 읽혀 씁쓸했다. 하지만... 사실 나치즘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기도 하고 인간이 해묵은 문제를 만들어왔다는 걸 생각해 보면 몇 년 전에 읽었더라도 지금과 크게 감상이 다르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쨌든 잘 읽었다.
+)
논외로 이 책 읽을 때 진짜 비정상적으로 졸렸는데 그 수준이 가히 전에 경험해 본 적이 없는 것이라 혹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싫어하는 자동차 효과 같은 무언가가 있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 읽던 중
이유를 모르겠는데 이 책만 읽으면 20분 안에 잠이 든다. 그냥 내 상태가 말이 아닌 건지 이 책이 유독 그런 건지 이유를 모르겠음. 아무리 생각해도 졸릴 만한 책은 아닌데...🤔🤔 분량도 많지 않은데 고군분투하면서 읽느라 며칠 내내 잡고 있다.
- 장 내 말 좀 들어봐. 난 이런 도시 생활에 도대체 기분이 나질 않아. 너무 지겨워. 뭐 일하기 위해 태어났나...... 매일 여덟 시간씩 사무실에 틀어박혀 일이나 하게....... 그리고 겨우 삼 주면 끝나는 여름 바캉스! 👈부럽다.
- 노신사 (논리학자에게) 논리학은 참 훌륭한 것이군요.
논리학자 (노신사에게) 남용하지만 않는다면 훌륭하지요.
베랑제 산다는 게 비정상으로 보여.
장 오히려 그 반대야. 사는 것보다 더 자연스러운 것은 없다네. 모든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그 증거지.
👆 이 부분의 노신사-논리학자와 베랑제-장의 대화가 교차되는 데 진짜 복잡하고 재밌었다. 정말 연극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기분이었음.
- 카페주인 논리학자님, 그렇다면, 아프리카 코뿔소가 뿔이 하난지 어떤지 설명 좀 해 주시죠.......
노신사 아니면 뿔이 두 개인지.......
가게여주인 그리고 아시아 코뿔소가 뿔이 두 개인지 어떤지.......
가게주인 아니면, 한 개인지.......
논리학자 분명히 말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에요. 무엇보다 내 임무는 문제를 명확히 하는 거죠.
가게주인 하지만 우리가 알고 싶은 건 그 문젠데요.
- 베랑제 (논리학자에게) 하여튼 알겠습니다만, 그것이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습니다.
논리학자 (자신만만한 태도로 미소를 띠며, 베랑제에게) 물론이죠, 선생. 내 말은 문제란 본래 이런 식으로 정확하게 제기돼야 한다는 겁니다.
- 데이지는 금발의 젊은 아가씨다. 👈 설명이 이게 끝이라 웃김.
- 보타르 그럼, 문제의 고양이가 수놈이오, 암놈이오? 어떤 색이죠? 어떤 종입니까? 난 인종 차별주의자가 아니요, 오히려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사람이올시다.
파피용 이봐요, 보타르, 문제는 그게 아녜요. 갑자기 인종차별주의는 웬 말입니까?
보타르 아, 부장님, 죄송해요. 하지만 인종 차별이 오늘날 큰 오류 중 하나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뒤다르 물론이죠, 우리 모두 동의합니다만, 문제는 그게 아니고.......
보타르 뒤다르, 그 문제를 가볍게 다룰 순 없어. 역사적 사실들이 증명하듯, 인종 차별의 문제는 중요하다고.......
뒤다르 글쎄, 그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보타르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거야.
- 보타르 (빈정거리며) 오! 베랑제는 환심을 사려고 그렇게 말하는 거야. 그리 말하지 않아도, 그는 여자의 환심을 살 만하지.
뒤다르 코뿔소를 봤다는 게 환심을 사려고 하는 말이라고요?
보타르 물론이지. 그 말이 데이지의 엉터리 같은 얘길 지지하니까....... 모두 데이지의 환심을 사려고 하니...... 알 만한 일이지.
- 뒤다르 (보타르에게) 웃기지 좀 마세요.....! 선전이라니! 무슨 목적으로 선전한다는 거죠?
보타르 (뒤다르에게) 글쎄올시다....... 나보다 자네가 더 잘 알 텐데. 시치미 떼지 말라고.
- 뵈프 부인 저건 내 남편이에요! 뵈프, 가엾은 뵈프, 당신 어떻게 된 거예요?
데이지 (뵈프 부인에게) 그게 확실해요?
뵈프 부인 맞아요. 남편이 분명해요.
(코뿔소는 격렬하게 그러나 상냥하게 울음소리로 대답한다.)
파피용 이럴 수가! 이번엔 정말 뵈프를 해고해야겠군!
뒤다르 그가 보험에 들었습니까?
- 뵈프 부인 (층계참 아래로 뛰어내리려고 하면서) 여보, 내가 가요. 내가 가요.
베랑제 부인이 뛰어내리려고 해요.
보타르 그건 그 여자의 의무야.
뒤다르 부인은 죽지 않을 겁니다.
- 파피용 소방수가 우릴 구출하러 오긴 온다나?
(...)
데이지 예, 곧 옵니다. 소방차가 출발했대요!
파피용 자, 그럼 그동안 일 합시다!
- 장 오, 난 오로지 수의사들만 믿네.
- 베랑제 장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았지. 끝까지 그걸 고수했어. 모름지기...... 그래서...... 그의 생활 태도가 그 점을 설명해 주지. (뒤다르에게 술을 권한다.) 정말 안 마시겠나? 👈 베랑제가 코뿔소가 무엇인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보다 내내 코뿔소가 된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만 집착하는 것 같아 허울뿐인 지식인(지식인이라고 하는 게 맞긴 한지)을 보는 기분이었다.
- 베랑제 (...) 그렇다면 선량한 사람들은 선량한 코뿔소가 된단 말인가? 말도 안 돼......! 그런 사람들은 마음이 좋아 쉽게 속아 넘어가지.
- 베랑제 저들 중 뿔이 하나인 놈은 몇 마리야? 그리고 둘인 놈은? 👈베랑제의 분투가 눈물겹다가도 이런 모습을 보면 어이없는 웃음이 터짐.
- 데이지 우린 비교적 대부분의 사람들보단 나은 편이죠. 둘 다 선하잖아요.
베랑제 사실 그래. 당신도 나도 착하지. 맞는 말이야.
데이지 그러니까 우린 살 권리가 있어요. 주위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대로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요.
- 베랑제 그럴 줄 알았어. 예상했다고.
데이지 무엇을 예상했다는 거죠? 당신은 아무것도 예상하지 않았어요. 이미 발생한 사태에 대해 말하는 건 예상이 아니라고요.
- 데이지 난 아이를 원치 않아요. 귀찮아요.
베랑제 그럼 이 세상을 어떻게 구하려고?
데이지 세상을 왜 구해야 되죠?
베랑제 아니 무슨 그런 말을......! 나를 위해 그렇게 해야 해, 데이지. 세상을 구하자.
👆 위 대화가 쓰인 당시의 시대상과 현재의 시대상이 절묘하게 완전히 다른 의미로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 특히 마음에 든 부분.
- 베랑제 (...) 이 세상의 모든 것에 맞서서 나를 방어하겠어! 난 최후의 인간으로 남을 거야. 난 끝가지 인간으로 남겠어! 항복하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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