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후기/책

코뿔소 / 외젠 이오네스코

by 0l목 2025. 2. 26.

 

 
코뿔소
▶ 이오네스코는 이 충격적인 희곡을 통해 맹목적인 복종과 전체주의, 절망과 죽음이라는 가장 중요한 주제들을 아우르고 있다. ─《뉴욕 타임스》 현대 부조리극의 선구자 외젠 이오네스코의 대표작 『코뿔소』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1909년 루마니아인 아버지와 프랑스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오네스코는 잔혹한 세계 대전의 한복판에서 나치즘의 광기를 직접 목격하면서 성장했다. 『코뿔소』는 이런 배경에서 쓰인 것으로, 집단 이데올로기에 빠지는 과정
저자
외젠 이오네스코
출판
민음사
출판일
2023.08.15

 

 

 

★★★

 

"저들 중 뿔이 하나인 놈은 몇 마리야? 그리고 둘인 놈은?"

 

 

 

 

👇 후기

더보기

 

 

 

이하 스포

 

 

 

  소설이 아니라 극본? 의 형식을 갖춘 글이었다! 실제로 연극으로 올리기도 했다고 한다. 이 부분은 미처 몰랐다.

 

  작가가 젊은 시절 유럽 일대를 물들인 나치주의와 파시즘의 광기를 목격한 경험이 있다고 하니 이해가 더 잘된다. 논리적으로 옳기 때문에, 정서적인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그것이 거절할 수 없는 진실이라고 믿기 때문에,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맞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많은 이유로 개인이 어떻게 폭력적 이데올로기에 가담하는지를 코뿔소로 변하는 사람들에 비유한다. 특히나 나치즘을 위시하는 폭력적인 이데올로기가 다시 떠오르는 시대 아닌가.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해묵은 주제라고 여겼을 것이 다르게 읽혀 씁쓸했다. 하지만... 사실 나치즘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기도 하고 인간이 해묵은 문제를 만들어왔다는 걸 생각해 보면 몇 년 전에 읽었더라도 지금과 크게 감상이 다르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쨌든 잘 읽었다.

 

+)

   논외로 이 책 읽을 때 진짜 비정상적으로 졸렸는데 그 수준이 가히 전에 경험해 본 적이 없는 것이라 혹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싫어하는 자동차 효과 같은 무언가가 있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 읽던 중

더보기

 

 

 

   이유를 모르겠는데 이 책만 읽으면 20분 안에 잠이 든다. 그냥 내 상태가 말이 아닌 건지 이 책이 유독 그런 건지 이유를 모르겠음. 아무리 생각해도 졸릴 만한 책은 아닌데...🤔🤔 분량도 많지 않은데 고군분투하면서 읽느라 며칠 내내 잡고 있다.

 

 

- 장                내 말 좀 들어봐. 난 이런 도시 생활에 도대체 기분이 나질 않아. 너무 지겨워. 뭐 일하기 위해 태어났나...... 매일 여덟 시간씩 사무실에 틀어박혀 일이나 하게....... 그리고 겨우 삼 주면 끝나는 여름 바캉스! 👈부럽다.

 

- 노신사         (논리학자에게) 논리학은 참 훌륭한 것이군요.

  논리학자      (노신사에게) 남용하지만 않는다면 훌륭하지요.

  베랑제          산다는 게 비정상으로 보여.

  장                오히려 그 반대야. 사는 것보다 더 자연스러운 것은 없다네. 모든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그 증거지.

 👆 이 부분의 노신사-논리학자와 베랑제-장의 대화가 교차되는 데 진짜 복잡하고 재밌었다. 정말 연극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기분이었음.

 

- 카페주인      논리학자님, 그렇다면, 아프리카 코뿔소가 뿔이 하난지 어떤지 설명 좀 해 주시죠.......

  노신사         아니면 뿔이 두 개인지.......

  가게여주인   그리고 아시아 코뿔소가 뿔이 두 개인지 어떤지.......

  가게주인      아니면, 한 개인지.......

  논리학자      분명히 말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에요. 무엇보다 내 임무는 문제를 명확히 하는 거죠.

  가게주인      하지만 우리가 알고 싶은 건 그 문젠데요.

 

- 베랑제         (논리학자에게) 하여튼 알겠습니다만, 그것이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습니다.

  논리학자      (자신만만한 태도로 미소를 띠며, 베랑제에게) 물론이죠, 선생. 내 말은 문제란 본래 이런 식으로 정확하게 제기돼야 한다는 겁니다.

 

- 데이지는 금발의 젊은 아가씨다. 👈 설명이 이게 끝이라 웃김.

 

- 보타르         그럼, 문제의 고양이가 수놈이오, 암놈이오? 어떤 색이죠? 어떤 종입니까? 난 인종 차별주의자가 아니요, 오히려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사람이올시다.

  파피용         이봐요, 보타르, 문제는 그게 아녜요. 갑자기 인종차별주의는 웬 말입니까?

  보타르         아, 부장님, 죄송해요. 하지만 인종 차별이 오늘날 큰 오류 중 하나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뒤다르         물론이죠, 우리 모두 동의합니다만, 문제는 그게 아니고.......

  보타르         뒤다르, 그 문제를 가볍게 다룰 순 없어. 역사적 사실들이 증명하듯, 인종 차별의 문제는 중요하다고.......

  뒤다르         글쎄, 그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보타르         아무도 부정할 수 없을 거야.

 

- 보타르         (빈정거리며) 오! 베랑제는 환심을 사려고 그렇게 말하는 거야. 그리 말하지 않아도, 그는 여자의 환심을 살 만하지.

  뒤다르          코뿔소를 봤다는 게 환심을 사려고 하는 말이라고요?

  보타르          물론이지. 그 말이 데이지의 엉터리 같은 얘길 지지하니까....... 모두 데이지의 환심을 사려고 하니...... 알 만한 일이지.

 

- 뒤다르          (보타르에게) 웃기지 좀 마세요.....! 선전이라니! 무슨 목적으로 선전한다는 거죠?

  보타르          (뒤다르에게) 글쎄올시다....... 나보다 자네가 더 잘 알 텐데. 시치미 떼지 말라고.

 

- 뵈프 부인      저건 내 남편이에요! 뵈프, 가엾은 뵈프, 당신 어떻게 된 거예요?

  데이지          (뵈프 부인에게) 그게 확실해요?

  뵈프 부인       맞아요. 남편이 분명해요.

  (코뿔소는 격렬하게 그러나 상냥하게 울음소리로 대답한다.)

  파피용           이럴 수가! 이번엔 정말 뵈프를 해고해야겠군!

  뒤다르           그가 보험에 들었습니까?

 

- 뵈프 부인       (층계참 아래로 뛰어내리려고 하면서) 여보, 내가 가요. 내가 가요.

  베랑제            부인이 뛰어내리려고 해요.

  보타르            그건 그 여자의 의무야.

  뒤다르            부인은 죽지 않을 겁니다.

 

- 파피용           소방수가 우릴 구출하러 오긴 온다나?

  (...)

  데이지            예, 곧 옵니다. 소방차가 출발했대요!

  파피용            자, 그럼 그동안 일 합시다!

 

- 장                  오, 난 오로지 수의사들만 믿네.

 

- 베랑제            장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았지. 끝까지 그걸 고수했어. 모름지기...... 그래서...... 그의 생활 태도가 그 점을 설명해 주지. (뒤다르에게 술을 권한다.) 정말 안 마시겠나? 👈 베랑제가 코뿔소가 무엇인지 어떤 행동을 하는지보다 내내 코뿔소가 된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만 집착하는 것 같아 허울뿐인 지식인(지식인이라고 하는 게 맞긴 한지)을 보는 기분이었다.

 

- 베랑제             (...) 그렇다면 선량한 사람들은 선량한 코뿔소가 된단 말인가? 말도 안 돼......! 그런 사람들은 마음이 좋아 쉽게 속아 넘어가지.

 

- 베랑제             저들 중 뿔이 하나인 놈은 몇 마리야? 그리고 둘인 놈은? 👈베랑제의 분투가 눈물겹다가도 이런 모습을 보면 어이없는 웃음이 터짐.

 

- 데이지             우린 비교적 대부분의 사람들보단 나은 편이죠. 둘 다 선하잖아요.

  베랑제             사실 그래. 당신도 나도 착하지. 맞는 말이야.

  데이지             그러니까 우린 살 권리가 있어요. 주위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대로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요.

 

- 베랑제             그럴 줄 알았어. 예상했다고.

  데이지             무엇을 예상했다는 거죠? 당신은 아무것도 예상하지 않았어요. 이미 발생한 사태에 대해 말하는 건 예상이 아니라고요.

 

- 데이지             난 아이를 원치 않아요. 귀찮아요.

  베랑제             그럼 이 세상을 어떻게 구하려고?

  데이지             세상을 왜 구해야 되죠?

  베랑제             아니 무슨 그런 말을......! 나를 위해 그렇게 해야 해, 데이지. 세상을 구하자.

 👆 위 대화가 쓰인 당시의 시대상과 현재의 시대상이 절묘하게 완전히 다른 의미로 맞아떨어지는 것 같아 특히 마음에 든 부분.

 

- 베랑제             (...) 이 세상의 모든 것에 맞서서 나를 방어하겠어! 난 최후의 인간으로 남을 거야. 난 끝가지 인간으로 남겠어! 항복하지 않겠어!

 

 

 

 

 

 

대표이미지 첨부용

 

 

출처 : 교보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