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앤절라 네이글
- 출판
- 오월의봄
- 출판일
- 2022.02.21
★★★☆
"무원칙적 반문화의 사상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은 다만 신우파의 양식이 되었다."
👇후기
이하 스포
인터넷 커뮤니티를 구심점 삼은 젊은 세대(2030)의 극우 성향에 대해 이해해 보고자 읽게 됐다. 실제 출간연도는 2017년이고 한국에 번역 출간된 것은 2022년이라고 하니 이미 5년이나 지난 시점인데, 나는 이 책을 2025년에야 읽었으니 사실상 거의 10년은 늦은 시기에 이를 접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잘못된 답안지를 약 10년 뒤에서야 베낀 양 현재의 한국에서 비슷하게 돌아가는 구석이 읽혀 등골이 서늘했다. 지금까지 보고 듣고 경험해 온 것은 진짜 폭력조차 아니라는 의심을 거둘 수 없는 요즈음에 읽기 좋은 책이었다. 그렇다고 아주 극우 커뮤니티만 비판하는 내용은 아니다. 극우(커뮤니티)의 출현에 진보는 어떤 방식으로 가담하였는지를 함께 짚어주기 때문에 스스로를 돌아보기에도 좋았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좋은 시기에 접한 책이었지 않나 싶다.
사실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다. 한국이 아닌 미국 사회에 대한 글인데다 인터넷 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가 상당 수준 필요하다고 느껴졌다는 것이 그 첫번째 이유다. 개인적으론 읽는 내내 정말 많은 벽에 부딪혔다. 언급되는 주요 인사들을 찾아보았다가, 철학가들을 찾아보았다가, 무슨 사상을 찾아보았다가, 문제가 발생한 유명한 사이트라는 것을 찾아보았다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찾아보았다가... 물론 역주가 이에 대한 설명을 친절히 달아주었으나 더 자세히 알고 싶어 여러 번 검색한 게 사실이긴 하다. 다만, 문제가 있다면 언급되는 사건이나 인물들을 검색하는 것만으로도 머리 아픈 정보들이 쏟아진다는 사실이었고... 여기에서 두 번째 문제가 생겼다. 그 사실들이 말 그대로 '사실'이라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이 모든 악의와 증오가 실존한다는 사실에 읽는 내내 두통이 가실 기미가 없었다(때문에 종국엔 자세한 이해는 포기한 채 역주의 소개에 매달리게 되었다...). 극우 커뮤니티가 어떤 흐름으로 탄생하였는지 그 맥락을 이해하는 데에는 분명히 도움이 되는 내용임은 맞다. 그러나 읽는 내내 '그래도 이 정도의 악의까지는 이해하고 싶지도 않고 이해되지도 않는다. 내가 괜한 짓을 시작한 것 같다.'라는 생각을 지울 순 없었다. 애초에 이러리라 예상은 했으나 생각 이상으로 정신머리를 중무장하고 마주할 필요가 있는 내용들이었다.
극우 커뮤니티의 탄생(물론 어느 시대, 어느 시간 뿅 선언하며 탄생한 것이 아니다)과 역사를 따라가며 흥미로웠던 점이 있다. 인터넷 우파가 스스로를 진보의 안티테제로 선언하면서도 그들의 저항적 방식을 적극 차용했다는 사실(의도적이었다기 보다 진보가 문화적 성공을 이룬 사회에 속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체득한 결과로 이해함)과 보수(극우)의 무심하거나 무자비한 폭력성에 반대해 온 진보 커뮤니티가 역으로 폭력을 수단으로써 적극 차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니까, 양 극단에 놓여있는 사상을 주창하는 이들이 전혀 다른 내용물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그 외피를 만드는 방식에 있어선 완전히 동일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은 내게 큰 경각심을 주었다. 나도 스스로를 한 극단에 놓인 사람이라고 의식하는 바, 언제든 나 또한 목적은 지하 깊숙히 파묻은 채 적대감이 유일한 땔깜인 양 원동력 삼고 행동하는 때가 분명히 찾아올 것이다. 사실 이미 진작 여러번 찾아왔고, 여러번 수행했을 것이므로 '또' 찾아올 것이다. 그런 때에 기계적으로라도 스스로를 의심하도록 훈련, 또 훈련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읽던 중
이하 스포
- 자발적이고 수평적인 인터넷 중심의 네트워크를 물신화하며 그 외 다른 형태의 정치 행위를 모두 구태의 것으로 폄하했던 좌파는 '리더 없음'은 단지 형식을 뿐이며 그것이 철학적, 도덕적 혹은 개념적 내용에 관해서는 전혀 말해주는 바가 없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리더 없음'의 진공에서는 무엇이든 나타날 수 있었다.
- 새로운 온라인 우파를 이해하려면 정통 우파에서 공통점을 찾기보다 차라리 1968년 좌파의 슬로건인 '금지를 금지하라'와 접점을 찾는 편이 유의미할 것이다.
- 최근의 온라인 문화전쟁 국면과 그것의 영향이 대학 캠퍼스와 시위로 이어지는 동안 페미니즘은 슬럿워크Slut Walk와 성 긍정 sex-positive 페미니즘 등 텀블러를 중심으로 한 위반의 문화를 포용하고자 했다. 그러나 우파 진영이 그러했던 것처럼, 이데올로기적으로 유연하고 정치적으로 무엇으로도 대체 가능하며 도덕적으로 중립적인 양식으로서의 위반의 본질에 관해 심오한 철학적 문제에 맞닥뜨렸다. 이는 성해방만큼이나 여성혐오로도 특정지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역사학자] 크리스토퍼 래시가 이해한 바와 같이, 진보 정치에서 반도덕적 anti-moral 위반은 언제나 악마와의 거래와 다름없었다. 평등의 문제는 본질적으로 도덕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 독일 나치가 우익 반도덕주의를 만들어내는 방법으로 니체의 사상에 매료되었던 것처럼, 대안우파가 온라인 공론장에서 행하는 여성과 소수인종의 대상화에 면죄부를 주고 합리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도 바로 그 위반의 감성이다.
- 오늘날 온라인 우파의 부상은 우파 정체성 정치가 승리를 거둔 결과이기도 하고, 1960년대 좌파의 반문화 및 위반의 형식들이 사회적으로 수용된(이것도 승리라면 승리라고 할 수 있겠다) 결과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 신좌파 사상가 헤르베르트 마르쿠제Herbert Marcuse는 '혁명의 필요를 절감하지 않는 분위기에서도 혁명을 사유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혁명의 필요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혁명의 필요는] "더 나은 노동조건, 더 높은 임금, 더 많은 자유에 대한 필요와 다르다. 이런 것들은 기존 질서 안에서도 충족될 수 있다. 현존하는 질서 안에서 좋은 옷을 사 입고, 식료품을 풍요롭게 비축하고, 텔레비전과 자동차와 집을 소유하는, 혹은 그러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질서의 전복이 왜 필요하겠는가?"
- 온라인 '취소문화'의 가장 기이한 특징은 그 안에 수행적 취약성,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독선, 그리고 괴롭힘이 혼합되어 있다는 것이다.
- 자신의길을가는남자들[이하 믹토우]은 페미니즘의 문명 파괴에 맞서 여성들과 연애관계를 맺지 않기로 선택(으흠)하고(...)
- 이러한 온라인 공간과 하위문화가 공통적으로 지닌 모순과 위선은 그들이 옹호하는 전통이란 그것이 불러오는 굴레와 의무는 빼놓은 채 오로지 혜택만을 의미한다는 데 있다.
- 이러한 인터넷 세계가 대항문화의 스타일과 감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인간성이 나타나게 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터넷 세계가 대항문화의 스타일과 감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비인간성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 파시스트들은 이제 자신들이 신랄하고 반문화적이고 위반적이라는 이유로 스스로를 도덕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놓는 지경까지 왔다. 이쯤 되면 우리는 진부하고 낡아빠진 반문화적 이상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심각하게 고찰해야 하지 않을까.
- 영화 <파이트클럽>이 어떻게 인셀들을 열광시켰는지.
- 우리가 '트롤을 트롤링'하려는 시도로 이러한 새로운 우익의 언어를 그대로 쓴다거나 그들의 온라인 문화를 모방한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그보다 우리는 훨씬 더 깊숙한 곳의 무언가를, 온라인 우익이 드러내고 있는 그것을 거부할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 이아노풀로스의 강에서 일어난 사건은 현대의 문화적 진보주의가 마주한 깊은 지적 무력을 고통스러울 만큼 노출하며, 우파로부터 제기되는 이견을 적절한 방법으로 다룰 수 없는 상태라는 것을 드러냈다.
- (역주) 엔젤라 네이글이 꼬집었듯이, 최악의 성차별주의자는 근육질의 운동선수가 아니라 자신의 여성혐오적 시각을 인식하지 못한 채 스스로를 착하다고 확신하는 남자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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