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녕, 친구 그레이스."
나도 얌전히 손을 흔든다.
"안녕, 친구 로키."
이 책을 읽게 된 건 SF가 좋아서도 아니고(좋아하긴 함) 『마션』을 재밌게 봐서도 아니고(사실 안 봄) 오로지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에 산드라 휠러가 출연하는데 그가 나오는 SF 영화라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가, 원작이 있다는 말에 음, 그래, 어디 한 번 읽어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 때문이었다(요즘 작품 표기법에 맞춰 작성해 보려고 노력하는 중인데 자꾸 까먹을 것 같다 우하핫...). 그리고 지금,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은 나는 아직까지 이 여운 속을 우주유영 하듯 즐기느라 새 책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왜냐면 다음 책으로 골라놓은 건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인데, 이는 내게 남아있는 즐거움의 여운이 서늘하게 말라붙을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읽어보기도 전에 무슨 소리냐 싶겠지만 그 책의 첫 문장이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확실히 모르겠다.'라는 건 알고, 이런 책이 즐겁게 읽힐 그만큼 간만에 오락적으로 과학적으로 즐겁고 그 덕에 힘이 나는 책으로 남았다. 새해의 첫 책이었는데(비록 이 글은 3월이나 4월에 올라가겠지만) 한 해를 힘차고 기분 좋게 시작하기에 딱 좋은 책이었다. 좋음, 좋음, 좋음!
+)
앤디 위어가 최근 인터뷰에서 한 '내 작품은 탈정치적이다.'라는 뉘앙스의 발언에 짜쳐서 별 하나 깎음. 본인의 성향을 캐릭터에 투영하게 된다던데 그야말로 겁쟁이다. 진실의 붐따...👎.
👇읽던 중
이하 스포
+)
영화가 개봉했지만 아직 보진 못했다(아직 개봉 당일이다). 대신 예매는 해두었으니 그전까지 재독 완료를 도전 중이다. 하필 생리 기간이랑 겹쳐서 이상하게 이 책을 상상만해도 눈물이 찔끔 날 것 같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시 읽고, 로키와 그레이스가 홀로 남았다는 사실을 공유하는 부분에서 눈물이 찔끔 날 뻔 했다...🥺🥺🥺🥺 다시 보면서 마침 놓쳤던 재밌던 부분을 다른 색으로 밑줄 긋는 중.
+)
영화 개봉 전에 재독 완료했음. 밑줄이 더 늘어났다.
+)
삼독(?) 중. 그레이스의 추론과 실험이 진짜 너무너무 재밌다.
- 이 사람들은 죽은 지 너무 오래돼서 사람처럼 보이지도 않는다. 핼러윈 장식처럼 보이지. 👈이 작가의 개그코드가 내게 통한다는 걸 감지한 첫번째 순간.
- "왜죠? 생물학자들은 박테리아가 활동하는 방식도 알아냈어요. 그 사람들이 했던 것과 똑같은 일을 해주시면 됩니다." "그걸 알아내기까지 수천 명의 과학자들이 200년 동안 노력해야 했어요!" "뭐... 그럼 그것보다 빨리 해보세요."
- 하긴, 아주 기본적인 것조차 가르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학부로를 때리고 싶어질 때마다 동전을 한 푼씩 모았다면... 글쎄... 양말 한 짝을 그 동전으로 꽉 채워서 학부모들을 후려칠 수 있었을 것이다.
- 외계의 부정할 수 없는 외계의 생명체가 DNA와 미토콘드리아를 가지고 있다니! 그리고... 흥, 칫... 물도 좀 있고... 👈위의 농담들에 피식피식 웃다가 이 부분은 좀 퍼헙 하고 웃었음.
- "네, 우린 가장 뛰어난 자격을 갖춘 사람들을 보낼수가 없을 거예요. 가장 뛰어난 자격을 갖춘 사람 중 7,000분의 1을 보내게 되겠죠." "평균적으로 가장 뛰어난 자격을 갖춘 사람 중 1만 4,000분의 1이겠죠. 보통 남자를 뽑으니까요." 내가 말했다. 👈현실에 대한 쪼크라 밑줄을 긋긴 했는데, 이제 보니 그레이스의 염세적인 태도가 돋보이는 부분인 것 같다(특히 결과적으로 스트라스가 얼마나 인간성을 버리고 우주인을 선별했는지 생각해 봤을 때).
- 내가 이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이 시점부터 나는 완전히 쓸모없는 존재가 되는 걸까? 내가 무중력을 감당하지 못하기에 인류가 사멸하는 건가? 아니. 나는 이를 악문다. 두 주먹을 꽉 쥔다. 엉덩이에도 힘을 준다. 힘주는 방법을 알고 있는 온몸의 부위에 힘을 준다. 그러자 내게 통제력이 있다는 기분이 든다. 나는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뭔가 하고 있다. 👈그레이스가 작업복 안으로 토하고(무중력 상태로 토사물이 우주선 안을 동동 떠다녔다간 온갖 문제가 발생함) 자괴감에 빠지다가 별안간 괄약근에 힘주고 으쌰하는 부분이다. 으쌰하는 모습보다 토한 뒤에 자괴감에 빠져드는 심정 변화가 재밌었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다시 보니 사명감을 잊지 않고 온몸에 힘 빡줘서 애먼 생각을 털어내는 그레이스의 정신력을 높게 사고 싶다.
- 게다가 저 녀석들에게 적대적인 의도가 있다 한들 내가 뭘 어쩌겠는가? 죽어야지.
- 블립A가 우주에서 빙빙 돌고 있다. 빙글빙글 회전한다. 아마 헤일메리호와 정확히 같은 속도로 회전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원심분리기를 회전시키자, 이게 또 한 번의 의사소통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지능이 있는 외계 종족과 나눈, 인류의 첫 의사소통 오류. 내가 거기에 참여할 수 있었다니 기분이 좋다. 👈나도 덩달아 심장이 뛰는 듯했음.
- 블립A에 손을 흔들어 보이고 해치를 닫는다. 저들은 아마 손을 흔드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왠지 손을 흔들어야 한다는 강박이 느껴진다.
- 에리디언은 물의 끓는점보다도 뜨거운 환경에서 사는 걸까? 만일 그렇다면 내가 맞았다는 사실이 증명된다! 골디락스 지대는 멍청이들이나 믿을 소리다! 생명체에는 액체 형태의 물이 필요하지 않다! 👈계속해서 자기주장의 합리성을 찾는 게 너무 웃겼음.
- 그런 다음, 세상에나, 로봇이 내게 손을 흔든다! 로봇이 작은 팔 하나를 내게 흔든다! 나도 마주 손을 흔든다. 로봇이 다시 손을 흔든다. 음, 하루 종일 하게 생겼는데. 나는 에어로크로 돌아간다. 이제 너희 차례야, 얘들아.
- 저들이 자기 차례에 하는 일은 시간을 오래 끄는 것이다. 나는 지루해진다. 우와. 타우세티계의 우주선에 앉아서, 방금 만난 지능이 있는 외계인들이 우리의 대화를 이어가 주기만 기다리고 있는데... 지루하다니. 인간에게는 비정상적인 것을 받아들여 정상적인 것으로 만드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 👈인간의 적응력을 떠올리며 너무 납득한 부분이다. 영원히 설레고 영원히 떨리는 것은 존재하지 않겠지. 암, 암.
- "♩♬♪♪♬" 로키가 말한다. 👈로키가 처음 한 말. 정확히는 그레이스에게. 이것도 분명 해석됐을 테고, 내용상 등장했을 것 같은데 기억나지 않는다. 찾아내면 다시 기록해 보겠다.
- "인간들은 수천 년 동안이나 별을 쳐다보면서 저 바깥에는 뭐가 있을지 궁금해했어. 너희들은 한 번도 별을 본 적이 없지만, 그런데도 우주여행을 해냈구나. 너희 에리디언들은 정말 놀라운 민족이 틀림없어. 과학 천재들이야." 👈과학 발전 수준에 있어 에리디언들의 그것이 비록 인간들만 못하다고 하더라도(약 1950년대 수준으로 이해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은 훨씬 커 보인다고 느낀 부분이다. 시력이 없어 다른 별의 존재를 파악하는 데에 인간보다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에리디언이 행성의 위기 속에 돌파구를 찾아내자 순식간에 우주선을 개발해 우주로 날아왔을 정도의 지능과 과학력을 가졌으니, 당연한 소리긴 하다. 우리가 인류를 놀라워하듯 에리디언들이 놀랍지 않을 이유가 없다.
- 내가 들어가자 그가 내게 주먹을 쥐어 보인다. "너 떠남! 나쁨!" 👈오로지 귀여워서 밑줄 침. 귀여움, 귀여움, 귀여움.
- 🔖로키가 만남 후 처음 수면 상태에 들어가기 전 둘이 나눈 대화 부분 👈 자는 거 봐달라고? 귀엽네. 하고 보다가 다른 대원들이 전원 사망했음을 알고 난 뒤로 가슴 부여잡으면서 읽음.
- "우리 쪽은 원래 대원이 세 명이었어. 이제는 나뿐이야." 나는 분리용 벽에 손을 댄다. 로키가 내 손 맞은편 분리용 벽에 발톱을 댄다. "나쁨." "나쁜, 나쁨, 나쁨." 내가 말한다. 우리는 그렇게 잠시 가만히 있는다. "네가 자는 걸 지켜볼게." "좋음. 나 잠." 그가 말한다. 👈이때 약간 내 코가 시큰해지는 걸 부인했다. 아니, 이렇게 과학 얘기가 쏟아지고 뭐 그렇게 인간적인 고찰까진 느껴지지 않고 뭐 대충 웃기고 가벼워 보이는 책에 뭐 눈물, 아니, 콧물까지? 하고 감히 젠체했더랬ㄷ ㅏ . . . . . . . . . .
- 그녀는 엄청난 권한을 가지고 있었고 필요할 때면 그 권한을 뽐내는 걸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으나, 간단한 해결책이 있는데 굳이 싸움을 벌이지도 않았다. 👈효율성을 인간화 한 인간이라고 느낌. 후자만 반대로 되면 솔직히 말해서 조금 ㅌㄹㅍ 같기도 해(욕하려는 건 아니고 그냥 자꾸 떠올랐다, 미안하다... 요즘 세계정세가 정세라 뉴스에서 그 이름을 너무 많이 봐서 그렇다...).
- "아니, 아니, 아니죠! 괴팍하게 굴 때마다 '난 세상을 구하려는 거야'라는 핑계를 쓸 수는 없어요." 👈그러니까 이래서 자꾸 ㅌㄹㅍ가 떠올랐
- "당신의 태양광발전소에서 일어난 사망 사건이 당신 잘못이 아니라면, 여긴 왜 들어오신 겁니까?" "정부에서 내가 수백만 달러를 횡령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내가 물었다. "그야 제가 수백만 달러를 횡령했으니까요." 그는 수갑을 찬 손목을 좀 더 편안한 자세로 바꿨다. "하지만 그건 사망 사건과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전혀요!"
- "그렇죠. 지구온난화가 거의 역전됐다는 얘기 들으셨어요?" 로켄 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환경을 다루는 인간의 부주의가 이 행성을 미리 데워준 덕분에 우리에게 한 달이라는 시간이 생겼네요." 👈역설적이라 웃펐음.
- 르클레르는 두 손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마치 좀비가 된 가족을 제 손으로 죽인 아무개의 풍경.
- "놀라움. 나는 소리의 다양한 ♬♩♪♬에 따라 선택지 줌. 빛 생각 안 해봄." 👈인간에게 당연한 것을 로키가 당연하게 배제할 때마다 미묘하게 카타르시스 같은 것이 느껴졌다. 더구나 초반에 그레이스가 로키의 눈을 애써 찾아보려고 했던 장면과 교차되어 더 재밌게 읽혔다.
- "이제 됐어?" "그래. 이제 터널 분리해." 나는 신음한다. "네가 터널을 만들었잖아. 네가 분리해." "나 어떻게 터널 분리, 질문? 나 공 안에 있음." "그럼 난 어떻게 분리하는데? 난 제노나이트를 모른다고." 로키는 두 팔로 돌리는 동작을 해 보인다. "터널 돌려." "알았어, 알았다고." 나는 EVA 우주복을 집어 든다. "한다, 해. 나쁜 자식." "마지막 단어 이해 못 함." "중요한 거 아니야." 나는 우주복 안으로 기어 들어가 뒤쪽 덮개를 닫는다. 👈이거 뭘 밑줄까지 쳐놨나 했는데 그냥 로키 귀여워서 한 듯.
- 이번에도 나는 우울함에 사로잡힌다. 남은 평생을 에리디언 생물학을 공부하면서 보내고 싶은데! 먼저 인류를 구해야 한다. 인류 바보 멍청이. 내 취미 생활도 방해하고. 👈 원어도 바보 멍청이였을까. 욕을 안 살린 게 아닌 걸 보면 원문도 단순하게 욕한 듯.
- "나 행복. 너 안 죽음. 행성들을 구하자!" 👈하, 졸라 귀엽고 힘이 나는 동시에 둘 다 죽고 행성들만 구하나 보다, 생각함💦 지송합니다. 악의는 없고요. 생존 본능이 너무 강한 생물이라 자꾸 최악을 떠올리게 됨.
- "가져와." "윽." 나는 신음한다. "EVA 우주복이 너무 귀찮아!" "게으른 인간. 가서 가져와!" 👈부정하지 않겠다. 이때쯤부터 마음에 남는 문장이거나 중요한 부분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로키가 귀여워서 밑줄을 쳐대기 시작했다. <오만과 편견>을 읽을 때마냥 오타쿠적 반응을 불러일으킨 소설이었다. 그만큼 재밌었다는 뜻이다(포장하려는 게 아니고, 진짜, 진짜, 진짜로 . . . . .).
- 로키는 딸깍거리며 실험실 저쪽 끝으로 터널을 가로질러 간다. 그는 생각에 잠기면 어슬렁거린다. 인간과 에리디언이 둘 다 그런 행동을 보인다니 흥미로운 일이다. 👈생물학자가 아니더라도 수억광년 떨어진 외계에서 만난 외계인이 인간과 비슷하게 행동하면 흥미로울 듯.
- 나는 대략 화장지 정도로 중요한 인물이었다. 👈연구를 위한 항공모함에서 본래 화장실 비품 보관 창고였던 방을 개조(?)해 사무실로 할당받은 뒤에 한 말인데, 화장지가 또 그만큼 사람 인생에 중요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 나는 로키가 고안한 새로운 권양기를 집어 들고, 내 우주복의 도구용 띠에 연결한다. "조심해." 로키가 말한다. "너는 이제 친구." "고마워." 내가 말한다. "너도 친구야." "감사." 나는 에어로크를 회전시켜 바깥을 바라본다. 👈생존 본능이 너무 강한 생물이라 2
- 나는 로키의 맞은편 바닥에 앉는다. 에어로크 벽에 손을 댄다. 너무 신파적으로 느껴져서 다시 손을 뗀다. 👈위 인용과 이 사이에 정말 엄청나게 많은 일이 있었다. 이 부분을 읽을 당시의 나는 ① 그간 잠을 제대로 못 잔 상태였음(간헐적으로 불면증이 심해짐). ② 새벽 세 시쯤 자겠다고 누웠음(다음날이 주말이니까). 상태로 책의 도움을 푹 자겠다는 마음으로 그 부분을 읽어나갔는데, 이미 읽은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도무지 잠들 수가 없는 부분이었다. 그레이스도 죽고 로키도 죽게 생겼는데! 더구나 로키도 죽을 뻔했고, 로키도 죽을 뻔했다!!!!! 정말 간만에 숨도 제대로 못 쉬면서 후다다다닥 읽으며 이 두 과학자의 희생적인 우정과 그 앞에 작아지는 사명과 이어지는 로키를 살리기 위한 그레이스의 눈물 나는 노력(생존 본능이 너무 강한 생물이라 3 헛수고처럼 보여서 눈물 남)을 차례로 경험하고 나서야 겨우 숨을 돌리고 잠들었다. 그때가 아마 대충 다섯 시쯤이었을 거다. 팬픽도 아니고 책을 읽다가 잘 시간을 놓치다니.
- 안다. 터무니없이 위험한 계획이었다. 하지만 나는 로키가 아무 도움도 받지 않고 살아남을지 알아보고 싶지 않았다.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선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게 뭐 어때서?
- 나는 한 번에 한 종류씩 송입 밸브를 통해 진공실에 기체를 집어넣는다. 에이드리언의 대기를 복제하고 싶다. 👈가만 보니 이거 완전 예습이었음.
- 대학원 시절에 얻은 한 가지 교훈은, 멍청해질 만큼 피곤하다면 그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순간에는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 말아야 한다.
- "컴퓨터! 진통제!" "더 많은 진통제는 세 시간 사 분 뒤에 쓸 수 있습니다." 나는 인상을 쓴다. "컴퓨터, 현재 시각은?" "모스크바 표준시로 오후 7시 15분입니다." "컴퓨터, 모스크바 표준시 오후 11시로 시간 설정해." "시간 설정 완료." "컴퓨터, 진통제." 컴퓨터는 포장된 알약과 물주머니 하나를 내민다. 나는 그것들을 급히 삼킨다. 뭐, 이런 멍청한 시스템이 다 있담. 우주인들이 세계를 구할 거라고 믿으면서, 각자가 먹는 진통제 용량은 스스로 관리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멍청하다. 👈진짜 멍청해서 진짜 웃김.
- 나는 망치와 못을 꽉 잡는다. 그런 다음 드릴을 작동한다. 드릴로 제노나이트를 뚫는 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나는 지루한 나머지 흥분이 식는다. 👈BGM으로 Eye of the tiger가 나오고, 딴. 딴딴. 딴. 하는 박자에 맞춰 장갑을 낀 뒤 망치와 못을 꽉 잡고, 딴딴. 딴. 하는 박자에 보호경을 낀 뒤 투명창 너머 비장한 눈빛을 클로즈업하고, 딴딴. 딴... 하는 박자에 맞춰 드릴을 작동시켜 뚫어나가...다가 돌연 BGM이 싹 제거되고, 드릴로 제노나이트 뚫는 소리만 사운드에 남고, 미동도 없어 뵈는 제노나이트를 뚫으며 지루하게 반뜬 눈으로 하품을 이어가는 그레이스의 모습이 딱 상상됐었음.
- 야오 사령관은 동료 승조원들을 둘러보았다. "내가 마지막으로 죽을 겁니다. 두 분의 방법이 뭔가 잘못된다면, 내가 무기를 들고 기다리겠습니다. 혹시 모르니까요." 👈이러니까 사령관 되는구나.
- "네, 그리고 우리가 이 임무를 실현하지 못하면 다른 모든 사람도 죽을 겁니다. 대체할 과학 요원을 찾을 때까지 아흐레가 남아 있어요." 👈방금 전에 동료들이 죽었는데도 무지막지하게 플랜 비를 위해 머리 굴리는 스트라트의 이성과 냉철함과 무자비함이 너무 좋았음. 스트라트가 걍 인간 아스트로파지라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추진력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 지금 나는 수백 가지의 독특한 생명체를 보고 있다. 인간들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것이다. 하나하나가 외계의 종족이다. 미소가 지어지는 것을 참을 수 없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 있다. 👈 부러워.
- "멍청할 때 궤도 조정. 좋은 계획." 나는 히죽거린다. "새로운 단어를 추가할게. 빈정대기. 어떤 주장을 하기 위해서 진짜 의미와 반대로 말함. 빈정대기." 로키는 자기 언어로 '빈정대기'에 해당하는 단어를 노래한다. 👈귀엽기도 귀엽고. 로키네 종족이 단체로 모여 대화하는 목소리를 들어보면 꽤 즐겁지 않을까.
- "(...)다시 확인. 산소 없음, 질문?" 나는 머리를 위로 홱 쳐들고 그를 노려본다. "그냥 이산화탄소랑 질소뿐이야! 이산화탄소랑 질소뿐이라고! 그것 말고는 없어! 그만 좀 물어봐!" "응. 그만 물어봄. 미안." 👈대체 이런 거에 밑줄을 왜 쳐놨냐면 그냥 진짜 로키가 귀여워서 그랬다고 밖에 대답할 수 없다. 로키가 귀여워서 로키가 귀엽다고 한 건데 왜 로키가 귀엽냐고 물으시면 로키가 귀여워서 로키가 귀여운 것뿐인데...
- "빨리 일해." "응." 나는 화면을 가리킨다. "일단은 컴퓨터가 다시 살아날 때까지 기다려야 해." "서둘러." "응. 더 빨리 기다릴게." "빈정대기."

- 과호흡이 오려 한다. "우린 우주에서 죽게 될 거야. 영원히 여기 갇히게 돼." "영원히는 아님." 로키가 말한다. 나는 퍼뜩 고개를 쳐든다. "그래?" "응. 금방 궤도가 붕괴됨. 그럼 우리 죽음." 👈나는 실제로 이런 사실에서 위안을 얻는 타입이고, 어떤 공포증을 고쳤다.
- "타우메바의 방귀를 추진력으로 사용해 우주를 가로지르자는 거지?" "타우메바 다음에 나온 단어 이해 못 함." "중요한 건 아니야. 잠깐만, 계산 좀 해보자..." 👈 아직도 방귀 농담 좋아하는 삼십대라...
- 그는 다시 내 침대를 가리킨다. "자." "네, 엄마." "빈정대기. 넌 자. 나 지켜봄." 👈 #단어습득하는외계인
- "아이들만 생각하세요, 그레이스." 그녀가 문간에서 말했다. "당신이 구하게 될 그 모든 아이들을요. 그 애들을 생각해요." 👈예상치 못한 반전에 놀라기도 했지만 스트라트 진짜 무시무시하게 무자비한 인간이라 너무 좋았다.
- "(...)제가 이렇게 오랫동안 박사님을 프로젝트에 참여하도록 한 게 중학교 선생님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때 스트라트가 너무 좋아서 왜 사람들이 계략광공 이런 거 좋아하는지 알았음. 미치도록 철두철미하고 필요하다면 주변의 모든 것을 불태운 뒤 자신까지 불태워버릴 인간 같음. 이때 그레이스와 스트라트가 주고받은 대사(스트라트의 일방적 독백에 더 가까운 것 같기도 하다) 전체가 그냥 좋았다.
- 한참 만에 뭔가 긁히는 소리가 난다. 로키가 바닥에서 등딱지를 들어 올리는 소리다. "우리 더 노력함." 그가 말한다. "우리 포기 안 함. 우리 열심히 노력함. 우리 용감함." "그래, 맞아." 👈이때 진짜 좀 찡해서 또 얼굴에서 물 샐 뻔... 각자의 인류를 위해 자살미션을 수행하는 사람들(그레이스도 뭐 그렇게 됐다) 중 각 종 사이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람들이 이다지도 끈기 있는 모습에 인류애는 가끔 집단이 아니라 단지 하나의 개인으로부터도 충족될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배움.
- "당신은 겁쟁이입니다. 언제나 그랬고요. 당신은, 당신이 쓴 논문을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과학자로서의 전도유망한 미래를 포기했어요. 당신은 쿨한 선생 노릇을 한다는 이유로 당신을 숭배할 아이들이 있는 안전한 곳으로 물러났습니다. 당신 인생에는 연애 상대도 없죠. 연애 상대가 있다는 건 상심을 경험할지도 모른다는 뜻이니까요. 당신은 무슨 대역병이라도 되는 것처럼 위험을 피합니다." 👈별안간 같이 혼남.
- 나는 겁쟁이다.
- 헤일메리호는 현재 타우메바가 타고 있는 광란의 관광버스다.
- "감사! 이건 축하를 위한 특별한 옷임." 👈귀엽다는 말 이제 진짜 그만해도 된다는 거 아는데...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로키 귀여움, 귀여움, 귀여움!
- 🔖타우메바를 통해 아스트로파지를 억제하는 연구가 각 행성에서 상용화될 수 있는 기술임을 입증한 뒤에 둘의 대화 👈 나 이 소설에 이런 먹먹한 기분 느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요.
- "네 얼굴에서 물이 샘." 나는 눈을 문질러 닦는다. "인간 일이야. 걱정하지 마."
- "안녕, 친구 그레이스." 나도 얌전히 손을 흔든다. "안녕, 친구 로키." 👈내 얼굴에서 물이 샘. 그리고 이때 남은 페이지수를 확인하고 겁나게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 뭐라고? 내가 로키의 엔진에서 나오는 빛이 페트로바스코프의 감지 범위를 벗어나는 순간을 알아내기 위해 상대성이론을 가지고 특정 시점에서의 우리 상대 속도를 계산하는 엄청난 일을 한 다음 로런츠변환까지 했다고? 그냥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내 친구를 얼마나 더 오래 볼 수 있을지 알고 싶어서? 그거 좀 딱한 것 아닌가? 그렇다. 뭐, 나의 애절한 매일 일과가 끝났다. 나는 페트로바스코프를 끄고 다시 스핀 드라이브를 켠다.
- 나는 잠결에 빠진다. 지켜보는 사람도 없는데 잔다니 잘못된 일처럼 느껴진다.
- 나는 머리를 잡아 뜯는다. 두 손에 얼굴을 묻고 흐느낀다. 후련하면서도 진이 빠진다. 눈을 감았을 때 보이는 것이라곤 로키의 바보 같은 등딱지와 언제나 뭔가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그의 작은 팔들뿐이다. 👈그레이스가 측은하고, 그래도 이제 너도 나아갈 때가 됐다 싶고.
- 나는 아홉 시간 삼십 분 안에 4,000만 킬로미터를 가로지를 수 있다. 나는 주먹을 쾅 친다. "좋아! 나 이제 확실히 죽겠구나!"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아마... 뭐, 로키를 찾을 수 없었다면 나는 지구로 방향을 돌렸을 것이다. 이 일에 이렇게까지 노력을 들이다니 나도 놀랍다. 👈잘못될까 전전긍긍했던 일이 정말 생각한 대로 잘못되었을 때의 후련함은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까. 더 이상 걱정할 필요 없다. 이제 그에 맞춰 대응만 하면 되니까. 죽음이란 것은 문제로 두는 순간 해결할 수 없는 것이긴 하다만...
- 🔖그레이스가 로키를 찾기 위해 로키의 선체에 다가가 심호흡하던 부분
- "그레이스, 질문?" 👈이때 음소거 비명을 진짜 !!!!!!!!!!!!!!!!!!!!!!!!!!!!!!!!!!!!!!!!!!!!!!!!!!!!!!!!!!!!!!!!! 이렇게 지름. 팬픽 읽을 때 침대 쾅쾅 쳐본 이후로 처음으로 침대 쾅쾅 침. 아니, 이 작가 진짜 글 재밌게 잘 쓴다. 그렇게 색다를 것도 없는 내용인데, 구관이 명관이다 이건가.
- "너... 너는 죽을 수 없음." 그의 목소리가 낮아진다. "나 너 죽게 두지 않음. 우리는 너 집으로 보냄. 에리드는 감사할 것임. 너 모두를 구함. 우리는 너를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함." 👈 로키의 포기하지 않는 근성이 너무 좋아서 얼굴에서 물 샘.
- "해결." 로키가 분리용 벽에 발톱을 댄다. "내 주먹에 하이해." 나는 웃으며 제노나이트에 내 손마디를 댄다. "하이파이브야. 그냥 '하이파이브'라고." "이해함." 👈아니, 진짜 로키 너무 좋다고... 이 두 사람의 얼굴에서 물 새는 우정이 너무너무 좋다고... 그나저나 그레이스와 로키가 '하이파이브'할 때마다 궁금했는데, 이거 원래는 피스트 범프 아닐까? 로키의 손모양을 생각하면 손이 쫙 펴지기보다 오므려졌을 것 같고.
- 나는 마지막 '내 살 버거' 한 입을 마저 먹고,(...) 👈 뭔 소리야? 설마? 했던 부분.
- 지구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오르간이 내 구역 한가운데에, 연주자가 아이들을 마주 보도록 놓여 있었다. 오르간에는 지구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건반보다 몇 가지 기능이 더 있었다. 나는 억양과 음조, 분위기 등 음성언어의 모든 소소한 복잡성을 적용할 수 있었다. 나는 편안한 의자에 앉아 손마디를 꺾고 수업을 시작한다. 👈너무 아름다웠던 부분. 정말 이미 모든 우주가 펼쳐져있고 우리가 단지 시간이라는 개념에 의해 그것을 순차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뿐이라면, 그레이스는 자신의 지구 속 아이들과 지구 밖 아이들을 위해 정말 멋있게 싸웠다고 말해줄 법하지 않나. "당신이 구하게 될 그 모든 아이들을요. 그 애들을 생각하세요."
- 🔖에리디언들 중 지성인들이 모여 타현(토론)하는 장면 👈상상만으로 아름답기도 했고, 에리디언들은 군체적인 특성을 갖고 있는 걸까. 지구 인간들보다 덜 분열할까. 뭐 이런 궁금증이 생겼다.
- 끝났다. 우리가 이겼다.
'후기 >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우리말 어감 사전 / 안상순 (0) | 2026.04.20 |
|---|---|
| 이방인 / 알베르 카뮈 (0) | 2026.04.11 |
| 면도날 / 서머싯 몸 (0) | 2026.03.26 |
| 한국이 싫어서 / 장강명 (0) | 2026.02.08 |
|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 / 마이클 슈어 (0) | 2026.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