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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책

다섯 번째 감각 / 김보영

by 0l목 2025. 8. 27.

 

 
다섯 번째 감각
독자들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되긴 했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의미에서 “한국 SF의 기원”으로 일컬어질 작품들을 독자들이 쉽게 만나보기 어렵다면 그것은 우리 모두에게 불행이 아닐 수 없다. 12년 만에 복간되는 김보영 소설집 《다섯 번째 감각》에는 《멀리 가는 이야기》와 《진화신화》 중 따로 출간된 〈미래로 가는 사람들〉 연작과, 후속편을 집필해 장편으로 준비 중인 〈종의 기원〉 연작, 그래픽 노블로 나오게 될 〈진화신화〉, 그리고 《얼마나 닮았는가》에 수록
저자
김보영
출판
아작
출판일
2022.02.10

 

 

 

★★★

 

 

밤이 찾아오고 하늘에 별이 빛나면,

사람들은 서로에게 "잘 기절해."하고 인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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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밌다는 추천을 정말 많이 받았는데 드디어 읽어본다.

 

 

 

이하 스포

 

 

 

🥱01. 지구의 하늘에는 별이 빛나고 있다. ★★★ : 사실 진짜 '이상한 상태'라는 건 없다. 상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환경이 있을 뿐.

 

- 내 입장에서 '낫는다'는 것은 나와 다른 사람이 되는 것을 뜻한다. 다른 사람들 입장에서는 자신들과 같은 사람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니 아무 상관도 없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나를 버리는 것이다. 내 모든 것을 버리는 것이다.

 

🌏02. 땅 밑에 ★★☆ : 복귀를 거부한 세상의 밑바닥에서 다시 만난 세계.

 

- 땅속에는 빛도 소리도 시간도 없다. 적막에 잠겨 있노라면 영혼에도 고요가 찾아든다. 번잡스러운 지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졌다는 해방감. 어머니의 품에 안긴 듯한 안락함. 이 길이 영원히 이어졌으면 하는, 세상에서 가장 깊은 곳까지 이어지기를 바라는 소망. 언제든 지반이 무너져 고립되거나 가스가 새어 나와 목숨을 앗아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떠오르지도 않는다. 지하낙원처럼 평화롭다.

 

🧑‍🤝‍🧑03. 촉각의 경험 ★★☆ : 무너지는 부르주아를 보는 건 즐겁다(이런 내용의 책은 아님).

 

🎼04. 다섯 번째 감각 ★★★☆ : 영상물을 좋아하는 편이라 어떤 책을 읽더라도 항상 그 장면을 영화처럼 머릿속에 연출하는 버릇이 있는데, 이 작품만큼은 정말 글이라는 매체에서 가장 완벽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가락 절단 사고로 ㅂ을 ㅁ처럼 발음한다는 아무개에 대한 묘사를 몇 번을 다시 읽었는지 모르겠다. ✴ 가 해석되는 순간부터 소리를 인식하기 시작한 주인공처럼 심장이 뛰는 걸 느꼈다. 이 작품에서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건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오감 중 하나의 기능에 대한 얘기일 뿐 아니라 진실과의 단절을 의미하는 바가 더 크긴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청각 장애에 대한 일차원적인 소재화에 대한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물론 작품 내에서 이에 대한 언급도 존재하지만, 첫 번째 단편과의 시각 차이가 다소 느껴진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듯. 

 

- 말하자면 그런 사람이었다. 아무 희망도 없는 인생일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도, 기묘한 '삶'의 향취가 주변에 감도는 사람.

 

🫙05. 우수한 유전자 ★★☆ : 짧고 강렬한 단편. 나의 세속성을 함께 마주 봤다.

 

🐺06. 마지막 늑대 ★★☆ : 인간들이 자신들이 길들인 늑대의 이름까지 훔친 것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다.

 

- 비버도 댐을 쌓고 벌과 개미도 정교한 건축물을 짓는다. 고래와 새는 성부와 후렴구가 있는 노래를 하고 곤충들은 지배계급과 군사계급, 노동계급이 있는 완벽한 집단 사회를 이룬다. 인간의 특이한 행동은 지성에 대한 아무 증거도 되지 못한다.

 

- "먹는 것 갖고 지랄이야."

 

🎮07. 스크립터 ★★★☆ : 큰 기대 안하고 읽었는데, 와, 정말 엄청 몰입해서 읽었다.

 

- "내가 어디서 살 수 있을지 아는 사람은 나 하나뿐이야."

 

- "(...)하지만 기계가 실제로 생각할 수 있는가 없는가는 사실 중요하지 않아요. 필요한 것은 얼마나 세련되게 속이는가, 얼마나 살아 있는 대사를 읊는가, 얼마나 진짜 같은 표정을 짓는가, 얼마나 연기를 잘하는가."

 

- "그는 널 보고 웃겠지. 그 사람이 웃음의 이유에 대해 말했었나? 아니면 네가 그의 웃음을 멋대로 해석한 것뿐이었던가? 그는 네게 화를 내겠지. 그가 이름을 말하던가? 아니면 네가 이유를 멋대로 해석했던가?"

 

- "너는 어떻게 생각해? 내가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 걸까? 내가 죽었을까, 살았을까? 아니면, 이 모든 것이 단지 누군가가 지어낸 가짜 이야기에 불과한 걸까?" "대답하고 싶지 않아." 여행자는 고개를 저었다. "대답하지 않겠어."

 

- "어느 쪽이든, 나는 같은 대답을 할 수밖에 없어."

 

🪞08. 거울애 ★★ : 새삼스럽지만 거울은 자신을 비춰볼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달았다. 읽으면서 옛날 글이라 어쩔 수 없나 싶었던 부분(주인공과 소희의 관계성)을 작가 역시 동일하게 의식하였는지 수정하였다고 한다.

 

"사람들은 눈으로는 생각하는 것을 다 쏟아부으면서, 입만 열지 않으면 자신의 생각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라고 믿고 싶어 해.(...)"

 

- "읽을 수 없는 건 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야. 잘못 읽는 것은 상대를 읽는 대신 상대의 눈에 비친 자기 자신을 읽기 때문이야."

 

🫅09. 노인과 소년 ★★★ : 개인적으로 이런 수미상관 구조를 좋아한다. 아주 어릴 때 보고 아직까지 머릿속에 종종 새기는 말이 하나 있는데, '내가 변하면 세상이 변한다.'는 말이다.

 

- "(...) 그는 일생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으며 사랑받지 못했소. 무엇을 해보려는 생각도 하지 않았으며 누구에게든 이득도 해도 준 적이 없소. 이제 그는 곧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죽을 것이요.(...)"

 

☀️10. 몽중몽 ★★☆ : 조금 난해했지만, 흥미롭게 읽었다.

 

- 잠은 매일 밤 찾아와 사람들을 죽음에 훈련시키지.

 

- 고독하게 죽을 낭만도 없는 도시야. 나는 대답 대신 한강만 내려다보았다.

 

 

 

 

출처 :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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