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
- 박상훈
- 출판
- 후마니타스
- 출판일
- 2015.11.02
★★★☆
"정치 없는 세상?
그건 너무나 끔찍한 일이다."
정치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초보자들을 위해 추천한다는 글을 봐서 찜해놨던 책인데 미루다가 읽어보았다. 과거와 현재의 내가 많은 부분 겹쳐 보여서 반성하기도 했고, 인지하지 못했던 현실적인 관점에 대해 배울 수 있어 발 디딜 수 있는 중력을 찾은 기분이다. 다만 이 책은 정말 '정치를 하고자 하는 사람'을 위한 강의를 토대로 집필되어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나 같은 소시민이 읽을 책이 아니라고 한다면 그건 분명 틀린 말이다. 필자는 계속해서 현실적인 정치 참여(그 방법이 반드시 출마가 아니더라도)에 대해 강조하므로 오히려 나 같은 소시민에게 필요한 책이지 않나 싶다. 그러니까, 막연하게 멀리 생각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정치'라는 것에 대해 보다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다. 강의 형식으로 저술되어 있고 정치에 대한 관점, 실례, 역사, 유명 연설, 저서 등이 인용되어, 소개받은 바와 같이 정치 입문자를 위한 서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읽던 중
이하 스포
- 노동자에 기반을 둔 정당이나 후보가 집권할 수 있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노동을 대표하는 정당이나 후보가 집권할 수 없다면, 절규에 가까운 문제 제기는 끊이지 않지만 그 해결은 늘 지배적 위치에 있는 세력들의 각성과 온정주의에서 구하게 되는 종속적 심리가 계속해서 만들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정치가 중요하다는 것은 정치가 모든 것이어서가 아니라 인간의 상황 내지 인간이 만든 사회문제를 개선하는 데 있어서 매우 유력한 수단이자 방법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당이 집권할 수 있을 때, 사회적 약자 집단도 무시당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온정에 의존하지 안는 주체적 시민 권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도 커진다. (...) 입만 열면 정치, 정당, 정치인을 욕하면서 실제로는 정치를 가장 잘 이용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투표를 통해 종부세도 없애고 세금도 감면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행동해 온 집단은 누구였는가?
- 정치철학의 대가들은 인간이 만든 그 어떤 체제나 제도든 대개 한 세대를 주기로 발전과 퇴행을 반복한다고 생각했다. 좋은 열정이 표출되고 그 덕분에 사회가 좋은 체제와 제도를 갖게 되고 그 효과가 향유된 뒤에는 다시 퇴행하는 일정한 생애 주기를 갖는다는 것이다.
- 현대 민주주의는 자본주의라는 경제적 조건 위에서 실현되고 있는데, 이때 그 사회의 민주적 성취는 노동이라고 하는 가장 중요한 생산자 집단의 이익과 열정이 기업 운영과 노사 관계, 나아가 정당 체제의 차원에서 어느 정도 평등한 권리를 향유하느냐에 달려 있게 된다. 노동의 역할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지느냐에 따라 그 나라 민주주의의 내용과 질은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 정치는 이상적인 공동체를 지향하면서도 그것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서 강제력이라는 요소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다.
- 조직화의 일정 단계를 넘어서면 권력 배분의 딜레마를 피할 수 없게 되어(베버의 핵심이론이라고 할 수 있는)합리화rationalization의 압박에 노출될 수밖에 없기도 한다.
- 베버의 선택은 단호하다. "달리 선택은 없다. ... ... 지도자 있는 민주주의 아니면 지도자 없는 민주주의가 있을 뿐이다. 후자는 지도자의 필수 요건인 내적 카리스마의 자질이 없는 직업정치가들의 지배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들의 지배는 ... ... 도당의 지배라고 부르는 것이다."
- 알린스키는 이렇게 말한다. "변화의 정치학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전제 조건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다. 세상을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에서 그것의 법칙대로 일해야 한다."
- 지금과 같은 체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다음의 세 가지 중 하나를 하라고 말한다. "첫째, 가서 통곡의 벽을 쌓고 너 자신을 위로하라. 둘째, 미쳐 버린 후 폭탄 투척을 시작하라. 하지만 그 방법은 사람들을 우파로 돌아서게 만들 뿐이다. 셋째, 교훈을 얻어라. 고향으로 가서 조직화하고 힘을 모아서 다음 전당대회에서는 대표가 되어라."
- 그러다가 민주주의라는 용어가 확고한 시민권을 갖게 된 데는, 투표할 권리를 갖지 못했던 노동자와 여성이 중심이 되어 전개한 보통선거권 획득 운동의 성과와 함께, 지보적인 세력들이 대중정당이라는 조직 형태를 발명해 기존 체제에 도전했던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민주주의는 그 말이 시민권을 갖는 과정에서부터 노동운동과 보통 사람들의 언어였다.
- 우리는 어떤가? 무엇보다도 한국은 유럽과 같이 '자유주의적 전환'을 내용으로 하는 정치 변동을 경험하지 못했다.
- 시민이 직접 통치에 참여했던 고대 그리스 시대의 정치는, (내적으로) "노예와 여성에게 생산과 재생산을 전담시킨 남성 시민 집단의 여가"에 기초해 있었다.
- 상층계급은 갈등의 민영화 내지 사사화privatization를 선호한다. 즉 기업이든 시장이든 자신이 관장하는 사적 영역으로 국지화되길 원한다. 노사 자율주의나 규제 철폐가 그들의 슬로건이 되어 온 이유는 거기에 있다. 왜냐하면 사적 영역에서는 자신들이 강자 집단이기 때문이다. (...) 따라서 삼성 등 재벌의 잘못을 교정하려 한다면, 마찬가지로 그들을 국회 청문회라고 하는 민주주의의 장으로 불러들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민주주의에서 갈등의 범위를 확대하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 그것은 갈등을 공적 영역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사회 갈등을 공적 영역으로 전달하는 것은 정치의 기능이다. 그리고 현대 정치의 핵심 기구는 정당이다. 갈등이 공적 영역에서 정당에 의해 조직되면 갈등의 규모는 커지지만 갈등의 수는 줄어든다. 민주정치의 비결은 여기에 있다.
- (...)"민주주의에서 시민의 권력은 유권자들이 만들어 내는 결정의 수가 아니라 그 중요성에 달려"있도록 정치를 재조직하는 일, 즉 시민이 적극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정당 대안이 있는 정치체제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 하는 문제로 집약된다. 자신의 정당 대안을 갖는 시민만이 주권자로서 권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진보 정치도 정치이고, 그렇기에 권력과 이해관계의 문제를 합리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언어를 가져야 할 것이다. 진보파의 언어가 정치 행위의 실제를 반영하지 못할 때, 대개 언어로 이루어지는 민주정치의 현실에서 다수의 신뢰를 조직해 내지 못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 정치적으로 대표되고 있지 못한 사회 세력이 있다면, 그리고 그들의 요구가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면 정당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정당을 만들기 어렵다면 각자의 요구를 담은 선거 강령을 내걸고 투표 권력이라도 조직해야 한다.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면 시민 주권은 없다.
- 파당적 의견에 영향받지 않고 법대로 판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현실이 아니다.
- 종교나 도덕 운동처럼 절대적 선과 옳음을 정치의 윤리적 기초로 삼는다면 십자군 전쟁의 비극이나 전체주의의 길을 피할 수 없다. 정치는 확실한 진리가 지배하는 곳이 아닌 불확실성이 존중되어야 하는 세계이다.
- 정치 행위 내지 정치적 선택의 윤리성은 그것이 옳으냐 그르냐 하는 측면만이 아니라, 바랍직한 성과를 낼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결과의 측면'에서도 고려되어야 하고, 이 양자의 균형을 만들어 가는 것이 정치가에게 부여된 '책임성' 혹은 책임 윤리라고 할 수 있다.
- '자신의 무지에 대한 자걱' 없이는 넓게 협력하기 어렵다고 생각해야 한다. 인간의 한계에 대한 깊은 인식만이 다른 사람들에게 의존하고 협력하도록 나를 이끌기 때문이다. 👈 정치만이 아니더라도 맞는 말.

'후기 >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숨 / 테드 창 (0) | 2025.11.09 |
|---|---|
| 페미사냥 / 이민주 (0) | 2025.10.16 |
| 식탁 위의 고백들 / 이혜미 (0) | 2025.09.17 |
| 맡겨진 소녀 / 클레어 키건 (0) | 2025.09.13 |
| 다클리 / 릴라 테일러 (0) | 2025.09.09 |